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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2-30 07:56
[유머] [기사]"그날새벽에마주쳤던그놈이발바리였어.."
 글쓴이 : 강약선풍기
조회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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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새벽 마주쳤던, 바로 그 놈이 발바리였어"



[인터뷰] 1년 6개월간 추적했던 김응만 형사의 발바리 추적기

이정환(bangzza) 기자    





연쇄 성폭행범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발바리'가 지난 22일 구속됐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인 만큼 수사에 투입된 경찰 인력이 적지 않았다. 발바리를 구속한 대전동부경찰서 형사들은 명예를 얻었고, 특진 소식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발바리'를 잡지 못해 패배의 한숨을 쉬는 이도 있다. 여기서 소개되는 청주서부경찰서 김응만 형사는 한때 '발바리' 검거에 가장 근접했지만 결국 범인을 붙잡지 못했다. 여기에 1년 반 동안 펼쳐진 김 형사의 '발바리' 추적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 발바리가 잡혔다는 뉴스 보고 전화 드렸어요. 어떠세요?

"휴… 뻔하지. 죽을 맛이야. 알면서 뭘 물어봐."



- 일요일에 만났으면 하는데요. 이야기 좀 듣고 싶은데

"무슨 얘기?…(잠시 침묵)…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왜 만나려고 하는지 알겠는데, 꼭 해야 돼? 그리고 그 날 가족이랑 어디 가기로 했는데…"



청주서부경찰서 김응만(45세, 경장) 형사는 인터뷰를 거절했다. 아홉 달이 지나서야 불쑥 전화를 걸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작년 4월 발바리 사건을 취재하다 그를 알게 됐다. 당시 취재팀은 많은 도움을 받았고, 발바리가 한 여성을 상대로 두 번이나 범행을 저질렀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접할 수 있었다.





▲ 김응만 형사. 2005년 5월 1일자 MBC <시사매거진2580> 방영 당시 모습 캡쳐  

ⓒ 이정환



하지만 김 형사가 인상에 강하게 남았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지난 19일 뉴스 화면에 나타난 용의자의 키는 매우 작았다. 순간 지난해 김 형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발바리 키는 160cm도 안 돼. 확실해!". 당시 수사를 맡은 경찰 측이 모두 '키 165cm'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그만 160cm 이하를 주장한 것이다. 결국 발바리의 키는 157cm로 확인됐다.



일단 얼굴이나 보자고 김 형사를 설득했다. 그러나 당일 확인 전화를 걸자, 그는 "다음에 좋은 소식 있을 때 만났으면 좋겠다"며 약속을 뒤집었다. 이유를 물었다. "창피하다"고 그랬다. 1년6개월이나 추적했는데 잡지 못했으니, 속상한 심정이 짐작이 갔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창피?



계속 그를 졸랐다. 겨우 집 주소를 얻을 수 있었다. 김 형사는 5층짜리 단층 아파트에 살았다. 안방에서 하품을 하며 나오는 모습이 엉망이었다. 쑥스럽게 웃으며 남편의 옷매무시를 만져주는 부인의 손놀림이 정겨웠다. 마루에 가족사진이 참 많았다. 세 자매와 함께 다정하게 웃는 모습. 문득 잠들어 있는 딸의 키를 한 뼘씩 재던 영화 '와일드카드'의 오영달(정진영) 형사가 떠올랐다.



- 모처럼 가족끼리 나가기로 했을 텐데, 이거 죄송합니다.

"아냐. 괜찮아요. 안 만나려고 거짓말한 거야. 마음이 좀 그래… 왜 와서 그래?"



- 그래도 열심히 노력했잖아요? 뭐가 그렇게 창피해요?

"(내가) 잡고 얘기하자면, 참 재미있게 하겠는데…. 다른 사람이 한 거(체포) 뭐. 아무리 눈 먼 도둑놈이라도 손으로 잡아야지, 주둥이로 잡을 수 있어? 스포츠도 그렇지만, 우리 형사들에게도 2등은 없어. 1등 아니면, 다 꼴찌야."



얼추 짐작이 갔다. 작년 4월 취재 이후, 김 형사는 MBC와 SBS를 통해 이른바 '얼굴'이 팔렸다. 다시 말해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다. 슬쩍 상처를 건드렸다. 발바리가 택시 몰던 시절에 여성 승객에게 당한 무시가 연쇄 성폭행의 발단이라고 그랬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대뜸 "자기 합리화다. 동정할만한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 형사는 나름대로 단정할만한 근거를 충분히 갖고 있었다. 그가 처음으로 발바리 사건을 맡았던 것은 2004년 7월 20일(그는 정확히 날짜를 기억하고 있었다). 김 형사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범행 수법 분석. 대전이든, 구미든. '발바리' 사건으로 의심되는 곳에 무조건 달려갔다. 수사 담당자들을 만나서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범행 수법을 파악했다. 발바리는 교묘하고 치밀했다.



"자기가 '고아'라고 그래요. 피해자들에게 동정심 유발하려고. 협박도 '야, 지금 우리 애들이 2층하고 3층에도 있어. 네가 말 안 들으면 걔들 부를 거야. 그럼 걔들이 너 죽일지도 몰라'라는 식으로 한다구. 자기 체격이 왜소하니까, 혹시 반항할까봐. 피해자가 택시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는 걸 보잖아? 그럼 뒤따라 가. 그리고 이래요. '택시기사인데요, 지갑을 두고 내려서'. 문을 열어주면 그대로 밀고 들어가는 거야. 그 X 말이지. 얼마나 잔머리가 잘 돌아가는데. 얼마나 상황에 맞게 반짝반짝하는데. 한 마디로 나쁜 X이야."



수사 열흘만에 발바리와 마주쳐



김 형사는 발바리의 범행 대상이 주로 새벽에 귀가하는 여성들이란 점도 알게 됐다. 힘겨운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도착하는 시간. 꾸물꾸물 어둠이 물러나는 그때가 바로 발바리의 범행 시간이었다. 김 형사는 잠복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도 '어느 날 새벽'을 잊지 못한다. 잠복 며칠만에 발바리로 추정되는 인물과 부딪혔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7월말쯤이야. 날이 훤하게 밝아 오더라구. '오늘은 들어가자'하고 차를 타고 철수하는데, 회색 트레이닝을 입은 한 놈이 쓰레기통 옆에 쭈그리고 앉아 콜라를 마시고 있는 거야. '청소부인가?'하고 가려는데, 아냐, 미심쩍어. 그래서 고민했어. 한 번 말을 걸어봐? '아니겠지', '그래도 혹시?' '설마… 아니겠지'. 그냥 갔어. 그런데 이번에 보니까, 딱 그 때 그놈이야. 얘가 교도소에 가기 전에 한 번 꼭 만나 보려구. 내가 생각했던 놈인가, 날 만났던 그때를 기억하나 물어보고 싶어요. 하긴 이제 가봐야 그렇겠지만…."



김 형사가 두고두고 잊지 못하는 대목이다. 수사에 착수한 지 열흘 정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 만났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자신이 발바리의 윤곽, 특히 키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을 때 조우했다면, 절대로 콜라 마시던 '누군가'를 흘려버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한다. 당시만 해도 발바리의 키는 165cm라고 추정되던 시기였다.



"피해자가 워낙 경황이 없이 당하니까, 인상착의도 들쭉날쭉했다구. 그런데 피해자 한 명이 방에서 나오다가, 발바리와 마루에서 딱 마주쳤다는 거야. 선 채로. 발바리는 신발을 신고 있었대. 그런데 피해자가 얘(발바리)를 내려다 봤다네? 바로 줄자로 피해자 키를 재봤어요. 딱 160cm였어. 그래서 발바리의 키가 아주 작다는 것을 알게 됐지. 하지만 결국 내가 찾은 것은 키밖에 없어."



이미 기차는 떠난 뒤였다. 12월까지 잠복했지만, 발바리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니, 아예 나타나지를 말던가.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하면, 바로 그곳이 며칠 전 잠복하던 건물이었다. 김 형사가 서 있던 옥상은 발바리가 가스관을 타고 침투한 경로였다. 잠복을 하고 있던 바로 그때,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이런 사건은 바로 신고하기도 어렵잖아요. 범행 마치고 10분 이내에 신고가 들어와도 잡을까 말까인데, 최소 한두 시간이 지나서야 신고가 들어오니…. 그렇게 6개월 정도 잠복하니까, 도대체 내가 여기 왜 나와 있는지… 그런 생각도 들구. 참."



김 형사는 탐문 수사에 나섰다. 직접 전단지를 만들었고, 집집마다 뿌리고 다녔다. 간혹 음주 운전을 단속하던 경찰한테서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가보면 '키가 나(김 형사)보다 더 컸다'. "이 사람은 아녀-"와 '몽타주와 똑같이 생겼잖아요'라는 말이 오갔다. "아니, 이 걸(전단을) 보라고! 키가 155cm 아녀!".



더욱 무식한(?) 방법도 동원했다. 김 형사는 경찰청에 충청도와 전라북도 전과자 명단을 요청했다. 범인을 전과자로 추정한 이유는 범행 수법이 너무나 대범했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라면 3박스 분량의 서류가 도착했다. 자그마치 2만8천 명. '말도 안 돼'.



- 어떻게 찾아요?

"일단, 1994년 이후에 교도소에 가지 않은 X이야. 왜냐. 94년부터 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했으니까. 그럼 최근 징역 수감자들은 다 빠져요. 그럼 한 절반 정도 추려지지. 만오천 명 정도? 그럼 병무청에 의뢰해. 키와 혈액형 기록이 있으니까. 160cm 안 되는 애들 거의 없어. 혈액형은 유전자 검사로 나왔고, 그럼 또 줄어들어. 이제 그걸 갖고 추적하면 돼. 발바리가 왔다 갔다 하면서 범행한 날짜를 기준으로 통화 내역을 조사할 차례지."



사실 발바리 사건은 김 형사의 표현을 빌리면, 말 그대로 "맨 땅에 헤딩" 또는 "뜬구름 잡는 수사"였다. 피해자는 불특정 다수였고, 뚜렷한 동기도 찾기 어려웠다. 유전자 검사야 일단 용의자가 잡혀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 수사, 하지만 발바리에만 매달릴 수 없었다. 고생하는 강력반 동료들도 눈에 밟혔다.



그래서 김 형사는 당직 반 근무를 자청했다. 발바리 사건에, 2만8천 명의 자료에 집중하기 위해서. 하지만 이제 라면 3박스 분량의 상자는 사라졌다. 발바리의 '이름 석자'가 알려지면서 김 형사가 다 태워버렸기 때문이다. "수배 소식을 듣고 바로 서류를 뒤져봤다"는 김 형사가 이제 단 하나 남은 기록을 눈앞에서 흔들었다.



"이 X이 여기 있었어! 20546번! ○○○, 발바리야! 몸의 힘이 쭉- 빠지는 거죠. 자료는 다 검토했었어. 이제 뽑아내기만 하면 됐었는데…. 나보다 (대전)동부서에서 열심히 잘한 거지. 뭐. 솔직히 특진 욕심도 있었고, 나 아니면 발바리의 인적 사항을 누가 밝혀내겠느냐고 자만도 했었는데…."



"이름 석자 나오면 게임 끝난 거야"



- 참, 생각 같아서는 은메달이라도 있었으면…

"(고개를 흔들며) 아냐. 형사들이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하면 안 되지. 누군가 현장에서 머리카락을 발견했어. 감식을 의뢰했더니, 글쎄 몇 년 전 성폭행범이었네? 이제 형사들이 잡으러 가. 1팀은 집으로 갔고, 2팀은 다른 곳에 갔어. 1팀이 딱 잡았네? 형사 한 명은 발 걸어서 넘어뜨렸고, 다른 형사가 수갑을 채웠어. 그럼 누가 범인을 잡은 거지? 한 명만 특진을 시킨다면 누구겠어?"



- (갑작스런 질문이었다) 누구?

"감식을 의뢰해서 인적사항을 특정한 사람이지. 사실 이름 석자 나오면, 게임 끝난 거야. 대한민국 어느 형사라도 다 잡을 수 있어. 누군지 밝혀내느냐가 급선무야."



- (참, 형사 생활 팍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택을 후회한 적 없어요?

"아직까지는. 자기가 좋아서 하는 거야, 형사는. 적어도 5년 이상 (형사 생활)한 동료에게 서로 비슷한 점을 발견해. 뭐랄까. '너도 이걸 할 수밖에 없구나', 그럴 때마다 우리가 '역마살이 낀 사람들 모임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 비슷한 점이란 것?

"고집이야. 나 아니면 안 된다는 고집. 나만이 잡을 수 있다는 승부욕 같은 것.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잡을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여기서 배겨나질 못해."



비로소 발바리 검거 뉴스를 보던 김 형사의 마음, '죽을 맛'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창피하다"면서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던 이유도 알 것 같았다. 미안하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적당히 건넬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힘내라'는 말밖에는. 그런데.



"요즘 쫓고 있는 X이 있어. 얘도 전국구야. 그런데 발바리보다 더 악질이야. 여고생만 노리거든. 이제, 이 X 잡아야지. 경찰이 뭐 하는 사람이야? 도둑 잡는 사람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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