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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1-15 05:56
[유머] [싸커월드의리비님글펌]유머는아니지만앙골라전의검은악마의열정을...위해서....
 글쓴이 : 약선풍기
조회 : 1  
   https://m.startribune.com/search/?q=(opss39.%EB%84%B7)%EC%96%91%EC%9E%… [0]
   http://mywalworthcounty.com/?s=%EC%98%A4%ED%94%BC%EC%93%B0(opss39.%EB%… [0]
0. 축구팬에게, 그것도 현장에서 보는 축구가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팬에게 가장 가혹한 계절은 역시 겨울입니다. 두 달 넘게 축구 금단 현상에 시달리다가 열리는 경기는, 그것이 국대 경기건 리그 경기건 이벤트성 경기건 가슴을 무척이나 두근거리게 만듭니다. 그래서 어제 상암을 찾는 마음은 무척이나 설레었습니다.



간만의 직접 보는 국대 평가전, 이영표와 박지성은 엄청난 거리를 날아온 선수들답지 않게 여전히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했고, 이을용 역시 터키리그가 얼마나 터프한 곳인지를, 그리고 거기서 자신이 얼마나 단단해졌는지를 한번 더 보여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국내팬들 앞에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을 보여준 김남일 역시 부상과 재활을 겪으면서 더 침착해지고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공격진에서는 박주영이 시련과, 그로 인한 발전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더군요. 한때 천재라 불렸던 스트라이커라면 대부분 부딪히게 되는 문제, 전술이 자신에게 맞춰져 있는 학원팀이나 리그팀과는 달리 국가대표팀에서는 골을 넣는 것 하나만으로 주전 골잡이가 될 수는 없습니다. 더 움직이고,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선수를 위한 찬스를 만들고, 더 수비에 가담하라는 주문, 리그 선수일 때와는 비교되지 않는 여론과 전문가들의 압박..그런 속에서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찾으려면 선수는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어제의 박주영은 제가 본 그의 경기 중에서 가장 많이 뛰었고, 그러면서 박주영의 가장 큰 강점이었던 골에 대한 집중력을 잃을 수 밖에 없는 모습이었지요. 초반에 몇 차례, 이제까지 보았던 박주영이라면 결코 놓칠 것 같지 않은 골찬스를 놓치기에 아..역시 힘든 시기로구나, 하고 보고 있자니 그 우려를 불식시키듯이 골을 터뜨립니다. 골을 넣고 자신감이 살아난 전반 후반과 후반 초반까지 박주영은 아주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었지만(사실 그 플레이를 계속 보여주면서 풀타임을 소화했다면 박지성을 제치고 MOM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역시 체력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점점 움직임이 잦아들더니 후반에는 교체되었구요. 어제 경기는 박주영의 부족한 부분과 가능성을 함께 보여준 경기였지만, 그가 진화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앙골라 선수들은 이 추위에 왜 긴팔을 입고 나오지 않았을까, 하고 궁금해 하다가 아마도 긴팔 유니폼이 없지 않을까, 하는 결론에 도달하고 나니 추위 속 앙골라 선수들의 굼뜬 움직임이 다소는 측은해 보였습니다. 가끔 날카로운 찬스는 만들지만, 참 골 결정력 모자라는 팀이로구나, 하는 것이 전반적인 감상이었지요. 골이 조금 더 났으면 물론 기뻤겠지만, 1-0 승리, 상암에서 한번 이겨보는 것이 소원이었던 몇 해 전을 생각하면 특별하진 않아도 그럭저럭 기분 좋은 경기였을 겁니다. 제가 경기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면요.



1. 저 역시 2002년의 붉은 물결 속에서 국대팬으로 시작해서 리그팬이 된 축구팬이고, 지금도 리그 못지않게 국대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로서는 리그와 국대가 그렇게 선명하게 분리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가끔 신기하니까요. 그렇지만 축구를 보면 볼수록 더더욱 확실해지는 것은 국대의 토양은 리그라는 거지요.



그래서 이번 붉은 악마의 연고이전 관련 시위와 그로 인한 논란에서 붉은 악마의 입장을 지지했었고, 검은 옷과 리그 유니폼이라는 옷차림에 대해서도 이미 알고 갔었습니다. 그렇지만 경기장에 들어서서 늘 앉는 E석 가운데에 앉아서 N석을 바라보았을 때,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로, N석 한가운데는 시커멓더군요. 물론 사이드로 갈수록 붉은 색이 강해지긴 했지만, 그 검은 색은 사이드의 붉은 색을 부끄럽게 할 만큼 강렬했습니다. 적어도 2000석은 검은 옷이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혹시..하는 우려도 있었던 저는 그래서, 순간 울컥 하고 뭔가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E석 한가운데에서 N석을 보면서 우는 모양새를 보이지 않으려고 애써 아닌 체 했지만요.



2. 사실 저는 골대 뒤쪽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경기장에서 본 그 많은 경기 중에서 골대 뒤에서 본 경기는 손에 꼽을 정도니까요. 일단은 경기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서, 가능하다면 W, 아니면 E석의 가운데 좌석을 가장 선호합니다. 그리고,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골대 뒤의 사람들도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성격상 ‘우리 팀 선수들이 제일 이뻐’에는 즐겁게 동의할 수 있지만 ‘그러니까 상대 팀 선수들은 다 ****한 놈들이야’가 되어 버리면 좀 괴로워지는 까닭입니다. 그러다보니 서포터들의 서포팅은 즐겁게 바라보지만, 조금이라도 안티 서포팅의 요소가 있는 서포팅을 보면 금새 그 안티의 안티..로 돌변해버리곤 하죠. 그런데 안티 서포팅을 전혀 하지 않는 서포터란 또 흔한 존재는 아니니까요.



리그팬이라 해도 한 팀의 골수팬 노릇을 오래 한 것은 아니라서(최근에는 거의 정착 모드입니다만..), 사실 리그의 팀과 선수에 대한 제 애정은 꽤나 광범위한 편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사실 저는 부천을 좋아한 적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몇 년 전 서포터들의 사이의 분쟁이 자주 일어나던 때는 무척이나 싫어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작년 부천 운동장을 찾을 때마다 저는 꽤나 감탄했었습니다. 03년, 04년, 팀의 팬으로서는 참으로 암울했을 그 시기를 견뎌내고 여전히 부천의 서포터로, 부천의 팬으로 남은 것만으로도 그분들은 존중받을 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숫자는 조금 줄었을지 몰라도 여전히 목소리는 우렁차고, 그 **, **, 하!하!하!하는 서포팅으로 항상 상대팀 응원모드였던 나를 맘 상하게 하던 헤르메스도 그랬지만, 더 감탄스러운 것은 일반석의 팬들이었죠. 예, 많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숫자가 적은 만큼, 어느 경기장에서도 그렇게 팬 대부분이 마치 ‘선수의 가족들처럼’ 경기를 보는 모습을 나는 보지 못했습니다. 항상 상대팀 응원 모드로 일반석에 앉아있던 저와 제 일행들에게, 대부분 가족 단위인 부천 운동장의 소위 ‘일반팬’들은 어느 팀을 응원하냐고 묻고, 왜 부천을 응원안하고, 하시며 기분 나쁘지 않을 만큼 섭섭해 하곤 했었지요. 부천이 골을 넣으면 일반석의 모두가 일어나서 환호하고, 그래서 제가 응원하는 팀이 골을 넣어도 몰래몰래 좋아해야 하는 자리였지만, 저는 그 자리가 좋았습니다. 홈팀 모드란, 진정한 지역 연고란 저런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었으니까요.



그래서 연고이전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그 분들의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올랐습니다. 남편과 아내, 아버지와 아들, 혹은 아직 어린 아기들이 있는 두 가족이 함께 와서 열심히 부천을 응원하던 그 본부석 쪽 일반팬들의 모습이요. ‘부천 운동장에 관중이 없었잖아’ 하고 연고 이전 찬성 논리를 펼치던 포털 사이트의 댓글을 볼 때마다, 숫자는 많지 않을지 몰라도 부천 운동장의 그 사람들은 정말 ‘진짜 부천의 팬’이었다고, SK는 어딜 가도 다시 그런 팬들을 만나지는 못할 거라고 중얼거리곤 했었지요.



3. 사람들이, 예, 굳이 구분하자면 평소에는 축구를 보지 않는 ‘일반인’들이 국대 경기에는 그렇게 꽉꽉 들어차는 것은 그것이 일종의 축제이기 때문이겠지요. 사랑하기 위해선 그 대상을 알고 익숙해져야 하는 법, 티비와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노출되는 대표선수들은 평소에 축구를 보지 않는 사람들도 충분히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대상입니다. 그리고 그 상대는 ‘오직 적’일 뿐인, 이제까지 본 적 없고 아마 앞으로도 볼 일이 없을 이방인들이니까요. 그 이방인들을 향해 적의를 불태우면서 경기장에 가득한 모두가 한 목소리로 우리 대표팀을 응원하는 것, 그것은 일종의 카타르시스이기도 하고, 단순히 경기를 보는 이상의 즐거움이겠지요.



그런데 어제 붉은 악마는 그 즐거움을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 소위 일반인들은 분노하고 비난합니다. 그러나 붉은 악마는 1년 내내 상주하는 국가 대표 응원단이 아닙니다. 국가대표가 1년 내내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닐진데, 붉은 악마인들 그럴 리가 없지요. 평소에는 충실하게 리그에서 자기 팀을 응원하다가, 대표팀이 소집되면 대표팀 골대 뒤에 모여서 잠시 함께 소리를 모아 대표팀을 응원하는 축구팬들일 뿐입니다. 평소에는 늘 골대 반대편에 서 있는 서로가 간만에 모여 함께 목소리를 모으는 것은 붉은 악마들에게도 역시 축제였을 것입니다. 그 기쁨을 굳이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더 중요한 사안이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지요. 굳이 대표팀에 대한 공식적인 서포팅이 아니라 해도, 눈 앞에서 우리 선수가 공을 몰고 돌파를 하고 슈팅을 하는데 그림처럼 조용히 앉아 있는다는 건 축구팬이면 누구나 알 듯 비인간적인 인내를 요구하는 일입니다. 항상 골대 뒤에서 선수들만큼 뛰면서 경기를 보아왔던 서포터들에게는 더 말할 것도 없을 테구요.



그래서 굳이 선수들과 같은 유니폼이 아니라 검은 옷을 차려입고, 근조 완장을 차고, 힘들여 걸개를 만들어 들고 있는 붉은 악마들을 보고, 나는 눈물이 났습니다. X표를 한 마스크를 쓰고 경기 중의 어떤 상황에도 일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이제까지의 어떤 경기에서 보다 그들이 자랑스러웠습니다.



E석에서도 연고이전 반대를 따라 외치고, 내 평생 절대 부를 리 없을 거라 생각했던 부천의 올레오 송을 따라하면서, N석에서 올라오는 위 러브 케이리그, 영원한 부천 FC라는 글귀를 보면서, 그리고 하필 그 자리에서 울려 퍼져서 더 아이러니했던, 우리가 잃은 또 하나의 팀, 수퍼파워, 안양! 이라는 구호를 들으면서..그래서 사실 나는 경기가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4. 사람들은 말합니다. 왜 국가대표 경기장에서 하필 그런 퍼포먼스를 하냐고. 수십번 반복되었듯, 그나마 언론에서 무시해버릴 수만은 없는, 사람들의 눈에 가장 띄는 자리가 그 자리였기 때문이지요. 리그의 일을 국가대표 경기장에서 시위해야만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이러니지만, 그것이 현실인걸요.



앞을 지나가는 붉은 악마 청년을 붙들고 ‘저기서 왜 저러고들 있냐’고 묻는 앞자리 아저씨들을 보면서, 저기 왜 저렇게 시커멓냐고 묻는 옆자리의 여학생들을 보면서, 여러 파장과 갈등이 있었지만, 어제의 퍼포먼스는 의미가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악의적인 기사가 나오고, 비난하는 리플들이 달려도, 적어도 연고이전 문제는 한번 더 세상의 주목을 받았고, 좀 더 오래 기억될 테고, 문제의 기업에 다소나마 부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5. 즐거운 축구, 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울한 일 많은 세상에서, 밥을 바라고 보는 것도 아니고, 다른 것을 바라고 보는 것도 아니니까, 그저 좋아서 보는 거니까....축구만은 내게 기쁨으로만 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축구를 보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나는, 내 안에서 축구가 즐거움만은 아니라는 걸 발견합니다. 축구도 세상과 같아서 좋은 일만은 있을 수 없는 법, 내 일이 아니면 축구의 나쁜 일은 애써 외면하고자 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내 자신을 봅니다. 내 팀도 아니고 한때나마 애정 있었던 팀도 아니니 남의 일로 치부해버리고 싶지만, 함께 그 운동장에서 같은 경기를 보았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만으로도, 그리고 그런 일이 언제 또 일어날지 모른다는 두려움만으로도 마음은 편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예, 견뎌야지요. 세상에 괴로움 없는 즐거움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까요. 그런 괴로움조차 대한민국에서 축구팬으로 남는 존재의 증명인 이상은, 그리고 우리의 노력이 앞으로의 조금 더 즐거운 축구를 위한 것인 이상은 말입니다. 어제, N석의 여러분들, 정말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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