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 인생유전… 프로 적응못해 방출 상습절도 세번째 검거
세계 챔피언까지 지낸 프로게이머가 치열한 승부세계에서 낙오해 소속팀에서 방출된 뒤 결국 상습 절도범으로 전락해 씁쓸한 인생유전을 보여줬다.
이모(24)씨의 게이머로서 첫출발은 화려했다. 이씨는 아마추어였던 2003년 'e스포츠계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월드사이버게임즈(WCG) 스타크래프트 부문에서 우승컵을 차지했다. 한국은 당시 이씨의 승리로 임요환 선수가 1등을 차지한 2001, 2002년에 이어 3년 연속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씨는 대회 직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과 함께 올림픽공원에서 스타크래프트 게임 대결을 벌이는 등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이듬해 3월 정식 프로게이머 자격을 얻은 이씨는 8월에는 '삼성전자 칸'에 자리를 잡으며 본격적으로 프로게이머 세계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정했다. 잠을 줄여가며 하루 14시간 이상 연습에 매달렸지만 성적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자존심이 강했던 이씨는 괴로움을 이기기 위해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결국 2005년 3월 팀에서 방출됐다.
이씨는 2005년 7월 서울 반포동 반포중학교에 몰래 들어가 휴대전화를 훔치다 붙잡혀 특수절도죄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이어 지난해 8월에는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금품을 훔쳐 달아나다 검거돼 강도상해죄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상습 절도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또다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12일 빈집에 들어가 방송용 카메라 등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는 동네 후배인 또다른 이모(22)씨와 함께 2006년 9월 반포동 A아파트 이모(32)씨 집 창문을 부수고 들어가 방송용 카메라 3대 등 1850만원 상당의 물건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경찰조사에서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며 받은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씨가 벌써 세 번째 잡혀왔지만 죄책감을 별로 못 느낀다"며 "컴퓨터 게임에 몰두해서인지 현실인식이 부족하다"고 말했다.